도시 생활의 복잡성이 실내까지 침투하면서, 가정과 직장은 더 이상 조용한 공간이 아니다. 가전제품·환풍기·난방기기·층간소음·도로 소음·공사 진동 등 다양한 실내 소음이 일상적으로 누적되며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느끼지 못할 만큼 작은 소리라도 지속되면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불안·우울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실내 소음 노출 시간은 15시간 이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음 환경 속에서 보내고 있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냉장고 모터 소리, 컴퓨터 팬 소음, 공기청정기 바람 소리 같은 기계적 소음은 물론, 외부에서 유입되는 도로 교통 소음, 건물 공사 소리, 상가 영업 소리까지 더해지며 실내 환경은 ‘절대적인 조용함’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한 시민은 “집에 있어도 24시간 무언가 소리가 들린다. 완전히 조용한 순간이 없다”고 말했다.
실내 소음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뇌가 ‘작은 소리라도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는 생리적 특성 때문이다. 인간의 신경계는 잡음을 배경으로 두면 미세한 스트레스 반응을 유지하게 되며, 이를 ‘소음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부른다. 한 신경생리학 전문가는 “큰 소리보다 위험한 것은 작은 소리의 지속성”이라며 “사람은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처리하느라 지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인의 실내 소음은 불규칙하고 예측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갑작스러운 층간소음, 새벽 시간대 택배 상하차 소리, 야간 도로 소음 등은 교감신경계를 급격히 활성화시키며 심장박동 상승·긴장 반응·수면 방해로 이어진다. 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예측할 수 없는 소음은 불안 수준을 증가시키고, 과민성을 유발한다”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감정 조절 능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면의 질 저하는 실내 소음이 가져오는 대표적인 문제다. 미세한 소리라도 수면 구조를 흔들어 깊은 잠에 도달하는 시간을 늦추거나 중간 각성을 증가시킨다. 특히 영유아·고령층은 소음에 더 민감해, 수면 리듬이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한 소아과 의사는 “아이의 수면 발달은 소음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내 소음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소음은 인지 기능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지속적인 소음 환경에서는 집중력·문제해결 능력·업무 효율이 떨어지며,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동과 재택근무 직장인의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는 같은 업무라도 더 많은 정신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음 환경에서 장시간 근무한 한 직장인은 “집에서 일하는데도 하루가 끝나면 머리가 묵직하고 쉽게 지친다”고 털어놓았다.
층간소음 문제는 정신 건강 악화의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이는 소리 자체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불쾌음이 반복되면 이웃 간 감정 대립이 높아지고, 분노·스트레스·불안이 심화된다. 실제로 층간소음 관련 심리 상담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현대 도시의 새로운 정신 건강 위협”이라고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실내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주거 환경·정책의 3단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가전제품의 소음 표기를 확인하고, 필요 시 소음 저감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백색소음기·가벼운 음악·방음 커튼 등을 활용해 주변 소음을 상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소음을 덮는 방식은 일시적 해결책이며 근본 해결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주거 환경 측면에서는 방음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흡음 패널, 창문 이중 구조 설치, 문틈 방음재 등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소음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아파트·빌라·오피스텔과 같은 공동주택은 건축 단계부터 소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건축환경 연구자는 “방음은 사후 조치보다 사전 설계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정책 측면에서는 소음 규제 강화와 표준화가 필요하다. 층간소음 기준 강화, 야간 공사 시간 제한, 교통 소음 저감 정책 확대 등 실질적 조치가 요구된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층간소음 상담센터·화해 중재 프로그램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환경정책 전문가는 “소음 문제는 심리 건강과 직결되는 환경권 문제”라며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상의 모든 감정과 몸의 리듬을 흔드는 요인이다.
실내 소음이 일상이 된 도시에서, 조용함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소리’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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