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받자마자 상해 있는데 환불 불가?”… 신선식품 배송 분쟁 폭증 속 책임 소재 공방 격화

이커머스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새벽 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채소, 과일, 육류 등 신선식품의 온라인 구매가 급증하고 있으나, 제품의 신선도 저하나 파손을 둘러싼 소비자와 업체 간의 환불 분쟁 또한 유례없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보관 온도와 습도에 극도로 민감하며 유통기한이 짧다는 특성이 있어, 변질의 원인이 배송 과정의 문제인지 혹은 수령 후 소비자의 보관상 과실인지를 두고 접점을 찾기 어려운 ‘책임 소재 공방’이 격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모호한 현행 환불 규정을 재정비하고, 유통 단계별 신선도 유지에 대한 법적 책임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신선식품 관련 피해 구제 신청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배송 직후 상태 불량’에 집중되어 있다. 소비자들은 “새벽에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아침 일찍 개봉했음에도 고기가 변색되어 있거나 과일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며 즉각적인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업체 측은 배송 완료 시점의 사진을 근거로 제시하며, 수령 후 방치된 시간 동안의 온도 변화나 개인의 주관적인 신선도 판단에 따른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선다. 특히 폭염이나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에는 외부 기온의 영향으로 변질 속도가 빨라지는데, 이때 발생한 품질 저하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가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된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콜드체인(냉장 유통망)’ 시스템의 불완전성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첨단 냉장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 배송을 담당하는 최종 단계(Last Mile)에서 냉동 차량의 온도 유지가 미흡하거나 보냉 상자의 성능이 떨어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물동량이 몰리는 시기에는 상하차 과정에서 제품이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온도 이탈’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소비자가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업체 입장에서는 단순 변심을 신선도 문제로 위장해 환불을 요구하는 이른바 ‘블랙 컨슈머’의 사례도 적지 않아, 무조건적인 환불 처리가 기업 경영에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신선식품은 재판매가 곤란한 품목으로 분류되어 청약 철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는 ‘제품에 하자가 없을 때’에 한정된다. 하지만 무엇이 ‘신선도 하자’인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소비자 만족도를 위해 ‘묻지마 환불’ 정책을 펴기도 하지만, 이는 결국 물류 비용 상승과 식품 폐기량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영세 판매업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경영상의 타격을 입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선도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배송 완료 후 일정 시간 내에 증빙 사진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배송 완료 시점부터 소비자 수령 시점까지의 ‘적정 온도 보장 시간’을 명시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의 보상 기준을 표준약관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하절기에는 보냉력을 최소 몇 시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포장재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색이 변하는 ‘온도 감지 스티커’ 부착을 장려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와 소비자 단체는 업체들이 배송 완료 문자 전송 시 적정 수령 시간을 함께 안내하도록 권고하고, 소비자는 수령 즉시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스마트 소비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

환경적 관점에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환불 분쟁을 줄이기 위해 과도하게 사용되는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 스티로폼 박스 등 포장 폐기물 문제는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포장을 강화할수록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재사용 보냉백과 스마트 콜드체인 모니터링 시스템의 확산은 분쟁 해결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기술적으로 배송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여 소비자에게 온도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불필요한 의구심과 갈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선식품 배송 환불 분쟁은 유통 혁명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자,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신선식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책임 있는 수령 및 보관 의무를 다해야 하며, 기업은 수익 구조에 앞서 완벽한 물류 시스템 구축과 투명한 보상 기준 마련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부 당국 역시 기술 발전에 발맞춰 시대에 뒤떨어진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공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가 문 앞까지 배달되는 편리함이 이웃 간의 불신과 다툼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사회 전체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본 글은 아델린뉴스에 저작권이 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기사작성 : 박민호 (p_ceo@naver.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